조선시대 매파(媒婆)에서 중매쟁이, 마담 뚜로 불려진 직업, 커플매니저. 태곳적부터 내려온 이 직업은 최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생겨나면서 더욱 전문화되고 있다. 커플매니저는 싱글남녀를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게 계획을 세우고, 나이부터 학력, 종교, 직업, 성격 등 조건에 맞는 이상형을 매칭하는 서비스직이다. 최근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사양산업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3040세대 결혼정보업체 가입률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이성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싱글남녀들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원하는 조건의 이성과의 만남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 시점 천생배필을 이어주는 커플매니저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들어 인공지능(AI)이 싱글남녀를 매칭하는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직업 자체의 위기감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커플매니저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이유는 학력, 연봉, 나이 등 상대가 원하는 조건은 인공지능 기술로 분류 가능하지만 서로가 배필이 될지 판단하는 것은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8년 간 500쌍 이상 성혼으로 이끈 조연호 듀오 선임커플매니저를 만나 커플매니저의 세계를 들어봤다.
최근 2030세대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비혼주의 현상이 있어요. 현장에서도 느끼세요.
“그런 말 많죠. 커플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위기라고 얘기하는데, 오히려 결혼정보회사의 젊은층 가입률은 늘어났어요. 결혼 조건을 갖추는 것부터 힘든 육아로 결혼을 포기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에 내가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만나기 위해 가입하는 분들이 늘어난 거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내가 원하는 조건의 이성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어요.”
젊은층의 가입률이 높아졌다는 건 의외네요.
“저희도 놀랐어요. 코로나19 이후 가입률이 더 늘었어요.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이성을 만날 기회마저 줄어들어 가입률이 높아진 것 같아요. 젊은 회원들 중에서는 데이팅 앱을 사용해 만나는 분들도 있긴 한데, 검증이라는 문제, 그리고 상대와 이어지게 하는 역할의 부재가 있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인공지능(AI) 매칭처럼 새로운 기술이 이성을 이어주기도 하지만 이성 간의 연결은 미묘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만큼 저희 같은 커플매니저의 역할이 커진다고 볼 수 있죠.”
커플매니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결혼정보회사의 커플 매니저는 ‘상담커플매니저’와 ‘매칭커플매니저’로 나눠져요. 상담커플매니저는 가입 문의 고객을 안내하고, 상담을 통해 회원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 가입 후 관리도 함께하는 역할이고요. 매칭커플매니저가 흔히 말하는 커플매니저인데, 회원의 이상형을 소개하고 만난 주선 등의 역할을 진행하죠.”
그럼 매칭커플매니저로 18년 간 일하신 건가요.
“그렇죠. 이 직업을 쉽게 설명하면,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의 이상형을 파악해 만남을 주선하고 결혼까지 이끄는 역할인 셈이죠.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막연함을 구체화시키는 직업이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는 혼기가 꽉 찬 싱글남녀가 가입했다면, 최근에는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만나기 위해 일찍 가입하는 분위기···서류심사 거쳐 원하는 조건의 이성 연결시켜줘”
보통 어떤 분들이 결혼정보회사를 찾나요.
“예전과는 달라진 부분이기도 한데, 예전에는 혼기가 차거나 넘은 분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찾았다면 요즘에는 결혼을 하기 위한 조건들을 갖춘 분들이 이성을 만나지 못해 찾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결혼은 하고 싶으나 도저히 방법을 몰라 찾는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나에게 맞는 천생배필을 미리 만나자는 분위기로 바뀐 거죠.”
가입 조건이 있나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가입은 가능해요. 우선 서류 심사를 먼저 하게 되는데, 졸업학교부터 직장, 가족관계, 연봉 등 결혼에 필요한 부분들을 확인합니다. 요즘 MBTI를 많이 물어보셔서 최근에 서류에 넣기도 했어요. 각자의 데이터를 입력한 뒤 서로 원하는 이상형을 듀오 매칭 시스템인 DMS(DUO Maching 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찾고 매니저가 연결을 시켜줘요.”
서로에게 잘 맞는 이성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연결시켜주는군요.
“예를 들어, 전문직 종사자나 수도권 거주, 가족이 많은 사람 등등 데이터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들을 필터링을 통해 맞춤작업을 거치게 되는 거죠.”
이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회원들에게 이성의 프로필이 전달돼요. 그 프로필에는 사진과 상대 회원의 신상 명세가 공개되죠. 프로필 안에 들어가지 못한 내용들이 많잖아요. 그런 부분은 커플매니저가 회원들에게 알려드리는데, 없는 사실을 말하진 않지만 최대한 장점을 부각시키죠.(웃음) 사실 매칭매니저들의 설득으로 성혼까지 이어지는 분들이 많아요.”
처음에는 이상형이 아니었는데, 결혼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건가요.
“어떻게 보면 그렇죠. 몇 년 전에 저를 통해 결혼한 회원 이야기인데요. 양쪽 모두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근데 제가 볼 땐 두 회원이 통하는 점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두 분께 나를 믿고 한번 만나보라고 설득했어요. 그래서 결혼에 골인했죠. 지금도 가끔 아이 사진을 보내면서 안부를 전하기도 해요.(웃음)”
“인공지능기술로 직업·가족관계·종교 등 서로 원하는 조건 필터링···디테일한 매칭은 커플매니저의 몫”
커플매니저의 역할이 크네요.
“상대방에게 프로필을 전달하는 건 AI기술로도 가능하지만 회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기억해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연결시키기는 건 사람이 하는 거죠. 현재 보유 중인 회원뿐만 아니라 그동안 거쳐 간 회원들의 특징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이게 직업병이죠.(웃음)”
한때 결혼정보회사에는 회원 등급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실제 등급이 존재하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희 회사에는 회원 등급표가 없어요. 예전에 타 회사 홈페이지에 등급표를 만들어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퍼지면서 모든 회사에서 등급을 매긴다고 잘못 알려 졌어요.”
18년간 몇 쌍이나 성혼시켰나요.
“공식적으로는 500쌍인데, 비공식으론 1000쌍이 넘지 않을까 싶어요. 회원분들 중에서 저희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한 분들도 더러 있거든요. 회원끼리 결혼하면 성혼비를 받는 회사가 있어요. 저희 회사엔 성혼비 제도가 없는데 매니저에게 알려주지 않는 회원들이 있긴 해요.”
500쌍 이상이면 커플매니저 사이에서도 상위권 아닌가요.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듀오에서는 제가 가장 많아요.(웃음)”
그동안 만난 회원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들도 많겠어요.
“한 회원의 친구들까지 4쌍을 연달아 결혼시킨 적이 있어요. 처음 결혼하신 분은 여자 의사였는데, 결혼이 만족스러웠는지 동네 친구를 소개시켜줬죠. 그 친구 분도 잘 돼서 고등학교 친구를 소개받았고, 그 회원도 결혼해 또 친구를 소개받았어요. 사실 최근에 결혼하신 분의 친구를 또 소개받았는데, 현재 진행 중입니다.(웃음)”
“나이·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 정년이 없다는 장점도···사람 대하는 직업이라 회원관리 어려움도 있어”
<커플매니저 준비방법>
학력조건
커플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고졸 이상의 학력 요구. 일부 업체에서는 전문대학, 대학교 졸업 학력 요구
관련 자격증
국가공인자격증 없음. 단 민간자격증은 있음
취업방법
공채 또는 특채를 통해 결혼정보업체, 웨딩컨설팅업체를 통해 채용 가능하며,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이면 창업도 가능
고용현황
코로나19 이후 3040세대의 싱글남녀의 가입률이 높아진 것이 특징. 회원 증가로 커플매니저를 비롯해 결혼상담원의 고용은 향후 5년 간(~2026년) 현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
연봉
커플매니저와 관련된 결혼상담원의 임금수준은 하위(25%) 2594만원, 평균(50%) 3075.969만원, 상위(25%) 3640만원으로 나타남.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발표한 커플매니저 월소득(2021년 6월 가연) 추이를 살펴보면, 1위 17,560,040원, 2위 13,320,170원, 3위 12,607,690원 등으로 집계됨. 이는 기본급의 비율이 다소 낮은 반면 인센티브가 높은 직군으로 파악됨.
(자료출처=워크넷)
직업적으로 커플매니저의 장단점은 뭔가요.
“장점은 경력단절여성 분들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정년이 지나도 의지만 있다면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죠. 사실 일반회사는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그에 비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단점은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회원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사실 일로서만 대하면 그뿐인데, 회원들에게 좋지 않은 말을 들을 땐 사람인지라 서운할 때가 있더라고요. 물론 좋은 결실을 맺고 저에게 감사하다며 인사해주는 회원들이 더 많긴 하지만요.”
연봉은 어떤가요.
“기본급과 인센티브로 지급되는데, 가입률, 성혼율, 매칭율, 환불 여부 등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져요. 실적과 더불어 고객클레임, 근무태도 등을 바탕으로 업무평가를 통해 승진, 연봉계약이 진행되죠. 40~50대 경력단절여성들에겐 아주 괜찮은 직업이에요.”
근무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일반 직장인처럼 9 to 6 출퇴근제를 유지해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듀오는 외근이 없고, 고객미팅은 회사에서만 진행되고요.”
말씀하신대로 경단녀들에겐 도전할 만한 직업이네요.
“맞아요. 근데 쉽지만은 않아요. 제 주변에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는 직업이라 재미있어 보인다고 쉽게 도전하는 분들은 말리죠. 특히 듀오는 남자 매니저는 뽑지 않아요. 아마 다른 회사도 마찬가질 거예요.”
남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겠네요.
“듀오에선 그래요. 예전에 남자 커플매니저가 있었는데, 아주 잠깐 있다가 나갔어요. 그 이후부턴 남자는 뽑지 않고 있어요.”
관련학과나 민간 자격증이 있어요. 커플매니저로 일할 때 전공, 자격증이 중요한가요.
“물론 관련학과를 졸업하거나 자격증이 있다면 도움 되겠죠. 개인적으로는 10년 넘게 일하면서 크게 중요하진 않는 것 같아요.”
커플매니저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센스’가 참 중요한 직업이에요. 커플매니저의 하루 일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회원들과 통화거든요. 회원뿐만 아니라 부모님, 가족 등과 의사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의도인지, 어떻게 전달해야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센스가 없다면 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그리고 다양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회원을 비롯해 가족들의 연령대, 직업이 천차만별이라 대화의 주제 폭이 넓어요. 자칫 못 알아듣거나, 생소한 분야의 대화 주제가 나오면 난감하거든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알고 있어야 회원들과 대화가 가능해요.”
소통이 커플매니저의 기본이자 중요한 부분 중 하나군요.
“그렇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서비스 마인드’예요. 매니저의 노력으로 결혼까지 이어져도 좋은 소릴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원들에게 먼저 화를 내면 안 돼요.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도 참고 일을 마무리 지겠다는 서비스 마인드가 꼭 있어야 해요.”
커플매니저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혼인율, 출산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혹자들은 결혼정보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냐는 말을 해요. 결혼이 필수인 시대에서 선택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럼에도 결혼할 사람은 하게 되어 있어요. 오로지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시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과 하겠다는 니즈가 강해진 거죠. 그래서 결혼정보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이 업계에도 인공지능(AI)이 스며들지만 기계가 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어요. 커플매니저의 노하우와 경험이 매칭 성공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직업, 아마 오래가지 않을까요.(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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